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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에 우리 눈을 빼앗기지 말라

저자: 고경만 (해경, haegyung) · 출처: 브런치 채널 · 최초 발행: 2020-10-24 · 개선 정본 판본

우리는 미지의 일 때문에 불안해한다.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나를 다치게 하거나 피해를 줄까 걱정한다. 두려움은 행동을 멈추게 하거나 위험을 피하게 하는 감정일 수 있다. 그러나 두려움이 판단 전체를 차지하면, 눈앞의 사람을 제대로 보기 전에 적이나 악으로 규정하게 된다.

사람은 ‘틀린 것’만 싫어하지 않는다. ‘다른 것’도 불편해한다. 가족 사이에서도 다른 점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 조직에서는 내부고발자가 입을 피해를 모른 척하고, 교실에서는 왕따를 보고도 주도자의 선택에 따라가기도 한다. 피곤한 상황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을 배제하는 행동으로 바뀌는 것이다.

인종 차별의 역사를 두려움 하나로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두려움과 부정적인 감정이 사람의 눈과 이성을 좁히고, 특정 집단을 적으로 만들 때 차별이 커진다는 점은 돌아볼 수 있다. 두려움은 이유를 기다리지 않는다. 두려운 대상을 악으로 부르면 판단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위험한 행동을 나누어 본다

나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를 사회에서 배제하자는 말을 비판했다. 여기서 더 조심해야 할 점은 진단명이나 성향을 가진 사람 전체를 위험하다고 부르지 않는 것이다. 사람을 만날 때는 다음 세 칸을 나누어 적어 본다.

첫째, 실제로 어떤 행동이 있었는가. 협박, 폭력, 반복적인 괴롭힘처럼 확인할 수 있는 행동과 막연한 인상을 구분한다. 둘째, 그 장면에서 내게 어떤 감정이 생겼는가. 불안하고 지쳤다는 감정은 중요하지만 상대가 잘못했다는 사실과 같은 것은 아니다. 셋째, 내게 필요한 경계는 무엇인가. 대화를 멈추거나 거리를 두거나, 주변 사람과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필요할 수 있다.

이 세 칸은 위험을 무시하라는 표가 아니다. ‘내가 그 사람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사실과 ‘그 사람이 나쁘거나 잘못된 사람이다’라는 판단을 나누기 위한 장치다. 실제 위해가 있다면 안전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반대로 다르거나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처벌과 격리를 요구한다면 그 판단은 다시 살펴야 한다.

저항은 삶의 훈련이다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여러 불편과 불확실성을 만난다. 강해진다는 것은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다. 두려움을 느낀 뒤에도 사실과 감정을 나누고, 필요한 경계를 세우고, 누군가가 배제되는 장면을 그냥 넘기지 않는 힘을 기르는 일이다.

‘다른’ 사람과 ‘틀린’ 사람을 구분하자는 말은 모든 관계를 계속 유지하라는 뜻이 아니다. 함께할 수 있는 조건을 찾고,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에는 분명히 대응하자는 뜻이다. 내 눈과 머리와 심장이 두려움에 잠식되지 않게, 먼저 행동을 확인하고 감정을 인정하고 경계를 선택하자.

두려움에 우리 눈을 빼앗기지 말라. 부정적인 감정이 우리 눈과 머리와 심장을 파먹지 못하게 싸워라. 그 싸움은 다른 사람을 무조건 품는 일이 아니라, 낙인과 위해를 구분하면서 인간답게 판단하는 저항이다.

독자의 맥락과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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