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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마스크 지도에서 배운 협업의 순서

저자: 고경만 (해경, haegyung) · 출처: 브런치 채널 · 최초 발행: 2020-07-26 · 개선 정본 판본

2020년 6월 C.O.D.E. 커먼즈펍의 두 번째 세션은 오원석 이사의 경험을 중심으로 공적 마스크 데이터 프로젝트를 다뤘다. 이 글은 세미나를 정리하고 각색한 기록이다. 당시 프로젝트의 성과를 현재의 서비스 상태로 말하지 않고, 어떤 주체가 어떤 순서로 움직였는지를 남겨 보려 한다.

시빅 해킹은 빠르게 문제를 푸는 일이다

공적 마스크 지도는 시민과 정부가 함께 만든 사례로 소개됐다. 여기서 시빅 해킹은 시스템을 공격한다는 뜻이 아니다. 시민이 생활 속 문제를 빠르고 창의적으로 풀어 보는 활동이다. 디지털 개발자만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 사진을 찍고 정보를 모으는 아날로그 활동도 문제 해결에 들어간다.

발표자는 정부와 시민의 목표가 맞았기 때문에 이번 협업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정부가 시민을 이용하려 한다는 불신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무엇인가를 함께 해결하자는 의지가 공유됐다는 것이다. 이 평가는 발표자의 설명으로 남겨야 한다. 그래도 신뢰가 없으면 데이터 개방이 참여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판단 조건은 다른 공공 프로젝트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다섯 단계로 읽는 공적 마스크 프로젝트

첫 단계는 문제 제안이다. 광화문 1번가에 코로나 관련 공공데이터를 열어 달라는 제안이 접수됐다. 두 번째는 개방 합의다. 청와대 회의에 정부 관계자, 시민 개발자, 민간 클라우드 사업자가 참여했고, 심평원의 요양기관 업무포털과 중복구매 확인 시스템을 활용해 데이터를 열기로 했다. 이때 API 명세도 함께 정했다.

세 번째는 더미 데이터를 이용한 개발이다. 실제 개인정보나 운영 데이터가 준비되기 전에도 개발자들이 구조와 사용법을 시험할 수 있었다. 네 번째는 출시다. 개발자 커뮤니티와 협의하고 소통하면서 3~5일 만에 웹·앱 서비스가 처음 나왔다고 발표자는 회고했다. 마지막은 안정화와 현장 개선이다. 출시가 끝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가 겪는 오류와 데이터 변화를 다시 반영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청와대, 심평원, 과기부, 보건부, 식약처, 약사회, 정보화진흥원, 민간 클라우드 사업자, 지도 API 제공자, 시민 개발자가 함께 등장한다. 중요한 것은 참여자 수 자체가 아니다. 누가 데이터를 생산하고, 누가 명세를 정하고, 누가 서비스를 만들며, 누가 현장의 문제를 되돌려 주는지 한 줄씩 적는 일이다.

플랫폼 정부가 먼저 정리할 것

발표자가 던진 질문은 “정부는 어디까지 해야 하나?”였다. 정부가 좋은 데이터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플랫폼을 운영하고, 데이터가 민간에서 활용되도록 열어 두자는 제안이다. 이를 실행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데이터 생산 단계부터 품질을 관리한다. 어떤 데이터가 어디에 쌓이는지 정리한다. 쌓인 데이터를 필요한 사람이 찾아 쓸 수 있게 한다.

공공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면 먼저 네 칸을 채워 보자. 데이터의 위치와 책임자는 누구인가. 공개 범위와 개인정보 보호 기준은 무엇인가. 실제로 사용할 시민과 사업자는 누구인가. 오류나 부족한 정보가 발견되면 어느 경로로 고치는가. 이 네 칸이 비어 있으면 빠른 개발도 오래가는 공공 서비스로 이어지기 어렵다.

공적 마스크 지도는 한 주체가 혼자 만든 영웅담으로만 읽을 일이 아니다. 공통 목표, 데이터 명세, 더미 개발, 빠른 출시, 현장 피드백이 이어진 협업의 기록이다. 동시에 발표자의 평가와 당시 사실의 독립 검증은 구분해야 한다. 그래서 이 사례의 다음 질문은 단순하다. 정부는 어디까지 기반을 만들고, 시민은 어떤 문제를 제안하며, 민간은 어떤 책임을 맡을 것인가.

협업이 멈추는 지점을 미리 적는다

다섯 단계는 순서만 외우는 목록이 아니다. 문제 제안 단계에서는 실제로 불편을 겪는 사람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개방 합의 단계에서는 데이터의 정의와 갱신 주기를 정해야 한다. 더미 개발 단계에서는 오류가 나도 실제 이용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시험해야 한다. 출시 단계에서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안내와 문의 경로가 필요하다. 안정화 단계에서는 오류를 고치는 사람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참여자의 선의에 의존하게 된다. 시민 개발자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데이터 명세를 모르면 시작하기 어렵고, 정부는 서비스를 열어도 현장 오류를 받을 창구가 없으면 개선하기 어렵다. 플랫폼 정부의 역할은 시민에게 일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협업이 가능한 정보와 책임의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독자의 맥락과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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