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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고객이 성장하는 이야기

저자: 고경만 (해경, haegyung) · 출처: 브런치 채널 · 최초 발행: 2020-06-04 · 개선 정본 판본

소비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활동이고 본능의 연장선이라는 말에서 이 글을 시작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지금보다 나은 정체성, 더 좋은 의미를 찾는다. 소비도 그 삶의 일부다. 고객은 정체성에 닥쳐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과 연결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른다. 그래서 소비를 단순한 물건의 교환으로만 보면 고객이 무엇을 바꾸려는지 놓치게 된다.

먼저 고객의 문제를 본다

고객을 이해할 때는 ‘무엇을 사고 싶은가’보다 ‘어떤 문제 때문에 지금의 삶이 멈췄는가’를 먼저 묻는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무엇인가. 고객이 이때 겪는 불편과 마음은 무엇인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는 가격이나 유행인가, 아니면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의미와 닿아 있는가.

고객이 어떤 삶을 사는 사람인지도 살핀다. 외향적인지, 감정에 예민한지, 사람과 잘 어울리는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지,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해내는지 같은 성향을 단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아보기 위한 질문이다. 고객의 가치관과 대의가 문제와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함께 본다.

상황을 알아야 제안이 달라진다

같은 제품을 찾는 사람도 처한 상황은 다르다. 고객이 느끼는 내적 마음과 밖에서 겪는 조건을 나누어 적어 보자. 그 사람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기대하는지, 어떤 시간과 자원을 가지고 있는지, 왜 지금 해결해야 하는지 확인한다. 이 과정을 건너뛰면 고객의 불안을 자극하는 말이 제품 설명처럼 보일 수 있다.

고객이 찾는 큐레이터는 대신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고객이 바라는 공감을 알아듣고, 믿을 수 있는 정보와 선택지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볼 수 있는지 제시하고, 그 뒤에는 어떤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비전을 말하더라도 고객이 동의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안 된다.

구매를 제안할 때 지켜야 할 것

당시에는 부정적 경험을 강조해 지속적인 구매를 유도하고, 회피심을 활용해 매력과 필요성을 높일 수 있다고 썼다. 그러나 불안을 키워 반복 구매를 만들면 고객의 성장은 확인할 수 없다. 구매를 제안하기 전에는 고객이 무엇을 얻는지, 어떤 조건에 동의하는지, 기대한 효용이 없을 때 언제 멈추거나 다른 선택을 할지 함께 밝혀야 한다.

깊은 관계를 만드는 일도 구매 전환만을 위한 장치가 아니다. 고객이 충분히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게 돕는 관계여야 한다. 제품을 고르지 않아도 불이익을 주지 않고, 구매 이후에도 효용이 확인되는지 살핀다. 만족을 ‘중독’으로 부르기보다 문제 해결이 반복해서 실제 삶을 돕는지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구매 뒤의 삶을 다시 묻는다

고객의 성장 여부는 판매 순간에 결정되지 않는다. 구매 전 고객의 정체성과 삶은 어땠는가. 무엇을 선택했고, 선택한 뒤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고객이 자신의 말로 더 좋아진 점과 아직 해결되지 않은 점을 설명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이 없으면 제품이 고객의 이상적인 정체성을 도왔다고 말하기 어렵다.

소비는 고객이 성장하는 여정의 일부가 될 수 있다. 그 전제는 고객의 문제를 정확히 보고, 선택을 강요하지 않고, 구매 뒤의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다. 고객의 삶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계속 묻는 제품이 오래 선택받을 수 있다.

독자의 맥락과 여백

이 글을 읽으며 떠오른 당신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질문과 선택의 맥락을 자기 노트에 기록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