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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을 고려한 서비스 기획: 국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저자: 고경만 (해경, haegyung) · 출처: 브런치 채널 · 최초 발행: 2019-03-24 · 개선 정본 판본

2019년 3월, 저는 약 일 년 동안 서비스 기획과 수익성을 연결하는 체계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기획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돈을 벌어오는 기획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장이 돈을 벌어오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와 기획이 지속해서 수익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국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첫 화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어떤 콘텐츠가 앞에 와야 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 생각해보려는 시도입니다. 사례로 벅스를 고른 이유는 제가 사용하던 서비스였기 때문입니다.

첫 화면은 첫인상 이상의 것이다

신문이나 잡지의 첫 면에 어떤 기사를 거는지가 중요한 것처럼, 사용자가 처음 보는 화면도 서비스의 우선순위를 보여줍니다. 당시 제가 본 벅스의 구성은 다음 순서였습니다.

최신 음악, 광고, 탑 차트, 인기 뮤직 PD 앨범, 최신 영상, 뮤직 포스트, 아티스트가 쓴 커넥트 스토리, 아티스트가 직접 올린 커넥트 음악, 라디오, 나만을 위한 추천 뮤직 4U, 테마별 뮤직 PD 앨범, ‘음악, 아는 만큼 들린다’, 세계 최고의 음반사들을 벅스에서 만나다.

이 순서가 왜 이렇게 놓였는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많이 보여주는 것이 곧 좋은 구성일까요. 아니면 사용자가 오래 머물고 다시 돌아올 이유를 앞에 놓은 것일까요.

지속 수익성과 락인

지속적인 수익을 생각할 때 흔히 락인(lock-in)을 말합니다. 사용자가 서비스를 쉽게 떠나지 못하고 경쟁 서비스로 이주하기 어려운 상태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저는 이를 사용자 관성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플레이리스트는 이런 관성을 만드는 후보입니다. 사용자가 직접 만든 목록, 오래 들어온 순서, 서비스 안에서 발견한 큐레이션이 쌓이면 서비스를 바꿀 때 잃는 것이 생깁니다. 라디오처럼 큐레이션이 더해진 채널도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서비스를 떠나기 어렵게 만드는 것과 지속 수익이 자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다릅니다. 사용자가 남아 있는지, 계속 듣는지, 유료 이용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락인은 수익의 증거로 쓰기보다, 실제 이용과 구매 행동에서 확인할 가설로 두어야 합니다.

최신 음악과 탑 차트의 자리

최신 음악 목록은 여러 서비스가 비슷하게 제공합니다. 탑 차트도 서비스마다 집계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사용자는 인기곡을 빠르게 확인하는 기능으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그래서 이 두 영역은 기본적인 발견 기능으로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서비스의 차별성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플레이리스트는 서비스나 사용자의 취향이 더 많이 쌓이는 공간입니다. 그렇다면 첫 화면에서 인기 뮤직 PD 앨범과 개인화된 추천을 아주 작게 보여주는 대신, 사용자가 충분히 듣고 비교할 수 있게 배치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이것이 당시 제가 벅스 화면을 보며 한 판단이었습니다.

광고가 중요한 공간에 들어간 것에 대한 아쉬움도 적었습니다. 그러나 광고의 효과나 화면 배치가 실제 수익을 얼마나 바꾸는지는 이 글의 자료만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한 페이지에 많은 콘텐츠를 욱여넣는다고 좋은 경험이나 좋은 수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원칙 정도입니다.

기획자가 다시 물을 세 가지

자기 서비스의 첫 화면을 볼 때 다음 세 가지를 나눠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첫째, 차별성이 있는가. 다른 서비스에서도 바로 볼 수 있는 목록인지, 이 서비스에 남아야만 경험할 수 있는 자산인지 구분합니다.

둘째, 다시 방문할 이유가 있는가. 플레이리스트나 추천이 실제로 다시 듣게 하는지, 혹은 첫 방문에서만 소비되고 끝나는지 봅니다. 가능하다면 재방문율, 저장·재생, 개인화 콘텐츠의 사용 같은 지표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 글에는 그런 수치가 없으므로 성과를 단정하지 않습니다.

셋째, 수익과 연결되는가. 사용자가 오래 머무는 것이 유료 전환이나 이탈 감소와 어떤 관계인지 확인합니다. 연결이 보이지 않는다면 ‘락인이 있으니 수익이 난다’고 쓰지 말고, 어떤 행동을 측정할지 먼저 정해야 합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최신 음악과 탑 차트는 입구이고, 플레이리스트와 큐레이션은 머무를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입구만 크게 만들고 머무를 공간을 작게 만들면, 서비스가 가진 차별 자산을 충분히 경험시키지 못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애플 뮤직이나 스포티파이 같은 해외 음악 서비스도 비교해보자고 권했습니다. 비교할 때는 화면을 그대로 따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차별 자산으로 보이는지, 사용자가 어떤 순간에 저장하고 다시 돌아오는지 관찰해야 합니다.

첫 화면은 콘텐츠를 많이 넣는 진열장이 아닙니다. 서비스가 어떤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 경험이 어떻게 계속되기를 바라는지 보여주는 설계입니다. 수익을 고려한다는 말은 돈이 되는 요소를 앞에 놓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다시 찾을 가치가 있는 경험을 만들고, 그 가치가 실제 행동과 수익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독자의 맥락과 여백

이 글을 읽으며 떠오른 당신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질문과 선택의 맥락을 자기 노트에 기록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