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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재의 모습에 대하여

저자: 고경만 (해경, haegyung) · 출처: 브런치 채널 · 최초 발행: 2018-10-20 · 개선 정본 판본

오래전부터 마음에 걸린 문제가 있었습니다. 생각의 십할을 쓴다고 말하면 과장일지도 모르지만, 2014년부터 이 문제는 제게 더 중요한 질문이 되었습니다.

최근 교육 문제와 그 교육 시스템이 길러낸 인재에 대한 평가를 들었습니다. 좋은 평은 아니리라 예상했습니다. 그래도 ‘개성은 있다’는 말을 들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말은 ‘개성도 없다’였습니다.

그 말은 제가 성격 심리를 공부하던 기억을 건드렸습니다. 2014년에 황 박사님의 WPI를 접했고, 그 안에서 우리나라 고위직에 리얼리스트가 많다는 설명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기억하는 공부와 개인적인 해석입니다. 당시 자료의 조사 범위나 그 평가를 이 글에서 새로 검증한 것은 아닙니다.

리얼리스트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저는 리얼리스트라는 성향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입니다. 때로는 부정적으로 보기도 합니다. 동시에 그들에게는 제가 갖지 못한 에너지와 동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능동적으로 맞추고, 사람과 상황을 빠르게 움직이는 힘입니다. 저에게는 없는 힘이라서 더 낯설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문제라고 느끼는 것은 리얼리스트라는 성질 자체가 아닙니다. 리얼리스트‘만’ 양산되는 상태입니다. 현실적이고 외향적이며 활동적인 사람이 필요한 때가 있는 것처럼, 느끼고 상상하고 질문하고 다른 가능성을 찾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당시 나는 일본을 리얼리스트의 천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본과 한국을 단정적으로 비교할 근거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그 문장은 당시 사회를 바라보며 제가 느낀 인상으로 남겨두는 편이 맞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국가 비교가 아니라, 한 사회가 어떤 성향을 편하게 여기고 어떤 성향을 불편해하는지 묻는 일입니다.

편한 정답만 남을 때

리얼리스트의 성향이 과잉된 사회에서는 편한 정답을 찾는 일이 유리해질 수 있습니다. 검색창에 질문을 넣고 바로 답을 찾는 일은 편리합니다. 저도 그렇게 합니다. 문제는 검색 가능한 답만 답으로 인정하기 시작할 때입니다.

보이지 않는 답, 아직 이름 붙지 않은 질문, 당장 쓸모를 증명하기 어려운 상상은 뒤로 밀립니다. 교육이 지식을 전달하는 일에만 머물거나, 인재를 정해진 문제를 빠르게 푸는 사람으로만 고르면 이런 경향은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이것 역시 제 해석이며, 특정 교육 시스템 전체의 효과를 확인한 결론은 아닙니다.

저와 이야기한 대표님은 이 문제를 교육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교육이 사회와 떨어져 있지 않다면, 이것은 사회의 다양성 문제이기도 합니다. 사람의 약점은 사람으로 보완되어야 합니다. 현실적인 사람의 부족함을 상상하는 사람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의 빈틈을 오래 관찰하는 사람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측정해야 할 것

그래서 이 질문을 해결해보려고 성격 연구를 찾아보기도 했고, 사회의 성향을 측정해보려는 시도도 생각했습니다. 예전 시도는 실패했습니다. 실패했다는 사실도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는 어떤 성향이 많은가’라는 질문은 먼저 관찰 항목을 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조직에서 다음을 물을 수 있습니다.

  • 정답이 없는 문제를 제안할 사람이 있는가.
  • 정해진 답을 현실에 옮길 사람이 있는가.
  • 서로 다른 의견을 연결할 사람이 있는가.
  • 불편한 감정이나 위험 신호를 알아차릴 사람이 있는가.
  • 아직 결과가 보이지 않는 일을 계속 질문할 시간이 있는가.
  • 이 질문에 답한다고 곧바로 사람을 유형으로 분류해서는 안 됩니다. 특정 사람에게 한 성향을 고정하는 순간, 다양성을 말하면서 다시 단절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사람을 재단하는 검사가 아니라, 조직이 어떤 능력과 질문을 반복해서 놓치는지 보는 관찰입니다.

    세상이 곧 추락할 것이라고 썼던 문장은 지금도 제 불안의 흔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경제를 잘 알아서 한 판단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 예측을 사실처럼 다시 쓰지 않겠습니다. 대신 그 불안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말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 맞는 사람만 남은 사회는 현실이 바뀌었을 때 다른 길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불안입니다.

    저는 지금도 사람들의 여유를 조금 넓히는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사람들이 편한 정답을 찾는 능력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답을 함께 기다리고 질문하는 능력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재는 한 가지 모양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성향이 서로의 결점을 알아보고 보완할 때, 사회는 조금 더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독자의 맥락과 여백

    이 글을 읽으며 떠오른 당신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질문과 선택의 맥락을 자기 노트에 기록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