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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을 벗어나 ‘스마트 웨어’로 보기

저자: 고경만 (해경, haegyung) · 출처: 브런치 채널 · 최초 발행: 2018-02-21 · 개선 정본 판본

2018년 최윤섭 선생님의 웨어러블 연재를 읽었습니다. 스마트폰을 두고 나오면 가지러 돌아가면서 왜 웨어러블은 두고도 돌아가지 않는가. 지속해서 쓰게 만드는 효용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서 제 생각이 시작됐습니다.

저는 ‘웨어러블 기기’라는 말이 기술에 먼저 시선을 둔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스마트보다 제품에 방점을 찍는 ‘스마트 웨어’라는 말을 썼습니다. 스마트 반지가 아니라 먼저 반지, 스마트 신발이 아니라 먼저 신발로 보는 것입니다.

시계라면 시간을 보고 몸에 두르는 물건으로서 편한가. 반지라면 오래 끼고 싶은 모양과 촉감을 가졌는가. 신발이라면 걷는 동안 불편하지 않은가. 본래 제품으로 선택받지 못한다면 그 위에 얹은 기능도 계속 쓰이기 어렵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다음에 스마트가 옵니다. 앱과 서비스가 본래 물건의 경험을 어떻게 더하는지 묻습니다. 데이터를 모으는 기능이 실제로 필요한지, 알림이 사용을 돕는지 방해하는지, 정확도가 그 용도에 충분한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건강과 관련된 판단에서는 ‘필요한 만큼 정확하다’는 기준을 임의로 낮춰서는 안 됩니다.

당시 저는 애플워치가 시계의 문법과 디자인을 중시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해석했습니다. 오래된 시장점유율 기사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 제품의 성공 원인을 하나로 확정할 수 없고, 그 수치도 현재 시장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 사례는 제 관점을 보여주는 당시의 관찰로만 남깁니다.

제품 하나를 하루 써보며 세 가지를 기록할 수 있습니다. 물건 자체로 불편한 점, 기술 기능이 준 실제 효용, 앱이나 서비스가 없을 때도 계속 쓰고 싶은지. 이 기록이 ‘웨어’와 ‘스마트’의 순서를 시험합니다.

웨어러블의 돌파구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기능을 더하기 전에 물어야 할 질문은 남습니다. 이 물건은 스마트하지 않아도 몸에 두고 싶은가. 서비스는 그 선택을 더 좋게 만드는가.

기술 이름에서 제품 이름으로

이 글이 출발한 계기는 최윤섭의 [웨어러블 딜레마 글](http://www.yoonsupchoi.com/2018/02/06/is-wearable-dead/)이었다. 그 글은 사용자가 두고 온 스마트폰은 가지러 돌아가면서 왜 웨어러블은 그러지 않는지 묻고, 지속 사용성과 사용자 효용을 문제로 놓았다. 정확도도 무조건 최고가 아니라 목적에 필요한 수준을 물었다. 이 내용은 2018년 당시 논의를 읽은 기록이므로 현재 시장 평가로 옮기지 않는다.

내가 덧붙인 생각은 `웨어러블 기기`라는 기술 범주에서 벗어나 `스마트웨어`라는 제품 관점을 취하자는 것이었다. 웨어러블에서는 스마트 기술이 먼저 보인다. 스마트웨어에서는 반지, 목걸이, 시계, 내복, 체육복, 신발이 먼저 보인다.

스마트 반지를 만든다면 먼저 좋은 반지가 무엇인지 묻는다. 착용감, 모양, 내구성, 관리 방식처럼 반지로서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 스마트 신발이라면 좋은 신발의 조건을 먼저 만족해야 한다. 기술을 빼도 선택할 이유가 있는 제품을 만들고, 그 위에 디지털 기능을 얹는 순서다.

애플 워치를 읽었던 방식

원문은 애플 워치를 스마트웨어 관점의 사례로 보았다. 당시에는 기존 시계의 행동 양식에 묻어가며 디자인과 고급화에 집중했고, 경쟁자를 스마트워치 제조사만이 아니라 시계 업체까지 넓혔다고 해석했다. 2016년 4분기 점유율과 스위스 시계 출하 비교 링크도 근거로 붙였지만, 그 수치는 과거 자료이며 현재 성공을 말하는 자료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 제품의 성공을 단정하는 일이 아니라 경쟁 범위를 어디에 두느냐였다. 기술 기기로 보면 센서와 연산, 정확도가 중심이 된다. 시계로 보면 차고 싶은지, 매일 착용해도 되는지, 다른 옷과 어울리는지, 시간을 보는 기존 행동에 자연스럽게 들어가는지가 중요해진다.

1단계: 웨어가 스스로 쓸모 있어야 한다

지속 사용성과 효용을 기술 기능만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목걸이로서 좋고, 반지로서 좋고, 신발로서 좋아서 계속 쓰는 이유를 먼저 만든다. 여기서 ‘최고’는 보편적인 한 제품을 뜻하지 않는다. 특정 사용자가 특정 장면에서 선택할 이유를 뜻한다.

이 단계에서는 사용하지 않을 때의 불편, 충전과 세척, 피부와 무게, 고장과 교체도 제품 경험에 들어간다. 멋있다는 이유와 편하다는 이유, 건강 정보를 얻는 이유가 충돌할 수 있으므로 누구의 어떤 사용을 우선할지 정한다.

2단계: 스마트가 경험을 계속 넓힌다

그다음에 센서와 앱, 서비스를 붙인다. 하드웨어가 모은 정보가 사용자에게 어떤 결정을 돕는지, 알림과 피드백이 지속적인 효용을 주는지 묻는다. 헬스케어와 연결된다면 필요한 정확도, 오해할 위험, 사람의 확인이 필요한 조건도 더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

원문은 디지털 서비스로 지속적인 자극을 주고 생태계를 만든다고 썼다. 그러나 사용자를 가두는 일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데이터 이동과 탈퇴, 기기 없이도 필요한 기록을 볼 수 있는지처럼 사용자의 선택권도 제품 가치에 포함된다.

3단계: 새로운 경험은 그 뒤에

웨어와 스마트의 기본 관계가 단단해진 뒤에야 이전에는 없던 사용자 경험을 시도한다. 새로움이 먼저가 아니라 기존 물건의 쓰임, 디지털 서비스의 반복 가치, 사용자의 통제 가능성이 먼저다.

`스마트를 나중에 생각하라`는 말은 기술 개발을 실제 일정에서 뒤로 미루라는 뜻이 아니다. 제품을 판단하는 기준에서 기술을 목적 자리에 놓지 말라는 뜻이다. 기술이 빠져도 무엇을 위한 물건인지 설명할 수 있고, 기술이 들어왔을 때 그 쓰임이 실제로 넓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독자의 맥락과 여백

이 글을 읽으며 떠오른 당신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질문과 선택의 맥락을 자기 노트에 기록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