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모델을 세운다는 말은 거창하지만, 제가 보고 싶은 것은 상호작용입니다. 나와 제품, 고객이 무엇을 주고받는지 그려보면 사업이라는 말의 뜻이 조금 선명해집니다.
나는 제품을 만들고 운영합니다. 제품은 가치를 건네는 수단이 됩니다. 고객은 제품을 쓰거나 비용을 지불하고, 나는 그 대가로 사업을 이어갑니다. 다만 이 관계를 적었다고 사업이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아직 가정입니다.
저는 세 가지 질문으로 관계를 펼쳐봅니다.
우리는 누구인가
고객은 누구이며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제품은 어떤 특성을 지녔는가.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페르소나’라는 말을 쓰더라도 한 사람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관찰한 고객 집단과 제품의 특성을 정리하는 일로 제한하는 편이 좋습니다.
어떤 환경에 놓였는가
언제, 어디서 이 일이 일어나는가. 관련된 제도와 문화, 기술, 비용은 무엇인가. 고객이 자동차를 필요로 한다는 말도 그가 놓인 환경을 빼면 뜻이 달라집니다. 제품과 기업도 환경 밖에 홀로 있지 않습니다.
어떻게 주고받는가
제품을 어떻게 만들고 전달할 것인가. 고객은 어디에서 만나고 무엇과 돈을 교환하는가. 사용자와 비용 지불자가 다르다면 각각 어떤 가치를 받는가. 여기서 전달과 교환을 나누어 보면 유통과 수익 구조가 뒤섞이지 않습니다.
답을 쓸 때는 세 칸을 덧붙입니다. `내 가정`, `확인할 장면`, `틀리면 바꿀 선택`. 예를 들어 “고객은 빠른 배송을 원한다”가 가정이라면, 실제 선택과 불만을 어디서 볼지 적습니다. 속도보다 가격을 고른다면 배송 방식이나 고객 정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사업의 의미는 나, 제품, 고객이라는 명사에만 있지 않습니다. 이들이 실제로 무엇을 주고받고, 예상과 다른 반응이 돌아왔을 때 무엇을 고치는가에 있습니다. 좋은 지도는 맞는 답을 많이 가진 지도가 아니라, 틀렸을 때 돌아갈 길이 보이는 지도입니다.
나·제품·고객의 정체성을 따로 묻기
고객의 정체성을 찾는 일은 비슷한 필요와 조건을 가진 사람을 고객 그룹으로 나누고, 각 그룹이 무엇을 원하며 어디에서 막히는지 알아보는 일이다. 페르소나는 실제 고객을 대신하는 정답이 아니라 관찰과 자료를 압축한 가설이어야 한다. 실제 반응과 맞지 않으면 고친다.
제품에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어떤 속성을 강하게 제공하고 무엇은 의도적으로 덜 제공하는지, 다른 선택지와 비교해 고객이 느낄 매력이 무엇인지 적는다. [블루오션 전략과 다윗과 골리앗을 함께 읽은 글](https://brunch.co.kr/@haegyung/2)에서 다룬 전략 캔버스도 제품 특성을 비교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제품 정체성과 고객 정체성 중 무엇을 먼저 볼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이미 가진 제품에서 맞는 고객을 찾을 수도 있고, 고객 문제에서 제품을 설계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둘의 궁합을 실제 반응으로 확인하는 일이다.
기업의 정체성도 묻는다. 왜 사업을 하는지,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왜 이 제품을 만드는지, 어떤 능력과 성격·경험을 가졌는지, 부족한 부분은 누구와 보완할지 적는다. 이 답은 조직문화와 상대할 고객, 지킬 수 있는 약속에 이어진다. 사람을 장단점보다 특성으로 보려는 관점은 [「그러니까, 장단점 말고 특성」](https://brunch.co.kr/@haegyung/17)에 이어진다.
환경을 떼어 적기
정체성과 환경은 붙어 있지만 같은 질문은 아니다. 같은 고객도 장소, 시간, 문화와 제도에 따라 다른 필요를 가진다. 기업과 제품 역시 기술, 자원, 규칙의 영향을 받는다.
환경을 페르소나와 나누어 적으면 상황에서 나온 행동을 사람의 고정된 특성으로 오해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전달과 교환을 설계하기
기업이 하는 행동은 제품을 만들고 고객에게 전달하는 일, 제품이 만든 가치와 대가를 교환하는 일로 묶을 수 있다. 전달에는 접점과 유통, 제안과 포지셔닝이 들어간다. 고객이 제품을 어디에서 알고 어떤 경험을 거쳐 선택하며 어떻게 받는지 그린다.
교환에는 수익 구조가 들어간다. 실제 사용자와 비용 지불자가 같은지, 일회 판매인지 구독인지, 직접 이익을 내지 않는 제품이나 사용자가 전체 구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본다. 유아용품의 사용자는 유아이지만 구매자는 부모일 수 있다. 방문을 이끄는 미끼 상품과 직접 수익을 내는 상품을 나누어 생각할 수도 있다.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실행으로 옮기기
원문은 `사업 계획=전략×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썼다. 전략은 기업과 고객, 환경을 파악해 어떤 규칙으로 행동할지 정하는 작업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 제품, 고객이 어떻게 가치를 주고받는지 연결한다. 곱셈은 둘이 함께 있어야 실행 계획이 된다는 비유다.
한 장의 가운데 기업을 적고 양쪽에 제품과 고객을 둔다. 세 존재의 정체성과 환경을 적고, 화살표마다 생산·운영·가치·비용·사용·반응을 쓴다. 사용자가 고객과 다르면 둘을 나눈다. 마지막에 전달 방식과 수익 구조, `왜 우리를 선택하는가`를 붙인다.
빈칸은 상상으로 메울 자리가 아니라 조사와 실험이 필요한 자리다. 고객 인터뷰, 판매 기록, 운영 경험을 얻으면 관계도를 고친다. 비즈니스 모델은 완성해 보관하는 정답지가 아니라 실제 상호작용이 달라질 때 다시 설계하는 지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