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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책이 함께 건넨 질문

저자: 고경만 (해경, haegyung) · 출처: 브런치 채널 · 최초 발행: 2015-12-19 · 개선 정본 판본

『블루오션 전략』과 『다윗과 골리앗』을 양손에 들었다. 한 권씩 읽고 덮는 대신, 두 권을 연달아 읽으면 어떤 생각이 생길지 궁금했다. 기업의 시장 전략을 다루는 책과 약자가 강자와 맞서는 이야기는 서로 멀어 보였다. 그러나 내게는 두 책이 자꾸 한 질문으로 모였다.

남이 정한 규칙 안에서 나를 평가해야 하는가.

『블루오션 전략』을 읽으며 이전에 근무했던 연구소의 WPI 프로파일이 떠올랐다. 사람의 성격을 그래프로 펼쳐 보던 도구와 책의 전략 캔버스가 닮아 보였기 때문이다. 둘이 같은 도구라는 뜻은 아니다. 여러 요소를 한눈에 놓고, 어디에서 남과 같고 어디에서 달라지는지를 살핀다는 점이 내 기억 속에서 겹쳤다.

이 책에서 내가 받아들인 핵심은 경쟁의 틀을 그대로 둔 채 더 잘 싸우는 것만이 전략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시장의 경계를 다시 보고, 다른 가치를 만들 여지를 찾는 일도 전략이 될 수 있었다. 나는 그 대목을 ‘개성을 갖춘다’는 말로 읽었다.

『다윗과 골리앗』은 다른 자리에서 비슷한 질문을 건넸다. 약자는 강자가 만든 규칙으로만 자신을 판단해야 하는가. 내가 읽은 이 책의 메시지는 약점과 강점을 다시 보라는 요청에 가까웠다. 그래서 한 문장이 남았다.

장단점이 아니라 특성으로 생각하자.

장점과 단점은 상황을 빼고는 말하기 어렵다. 어떤 조건은 한 자리에서 불리하지만 다른 자리에서는 힘이 된다. 강점이라 부르던 것도 규칙이 달라지면 짐이 될 수 있다. 물의 어는점이 0도라는 사실을 장점이나 단점이라 부르지 않는 것처럼, 성격과 환경도 먼저 특성으로 볼 수 있다.

그렇게 놓고 보니 두 책은 같은 결론이라기보다 같은 방향의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블루오션 전략』은 조직이 경쟁의 경계를 다시 그릴 수 있는지를 묻는다. 『다윗과 골리앗』은 약자가 강자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기 조건을 다시 볼 수 있는지를 묻는다. 하나는 시장을 향하고, 하나는 사람과 조건을 향한다.

두 권을 함께 읽으며 나는 장단점이라는 빠른 판정 앞에서 한 번 멈추게 되었다. 지금 단점이라 부르는 것은 누구의 규칙 안에서 단점인가. 내가 가진 특성을 없애야 하는가, 아니면 그 특성이 다르게 작동할 자리를 찾아야 하는가.

양손에 들었던 두 책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두 책을 덮고 난 뒤에도 남은 것은 하나였다. 개성은 남보다 좋아 보이는 장점의 목록이 아니다. 내 조건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 조건이 살아날 규칙과 자리를 다시 찾는 일이다.

독자의 맥락과 여백

이 글을 읽으며 떠오른 당신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질문과 선택의 맥락을 자기 노트에 기록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