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문: 왜 이 글을 쓰는가?
최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콘텍스트 엔지니어링이라고 부르자”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본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무엇인가라는 담론에 불만족 하고 있건 나에게(프롬프트는 무슨 공식 처럼 쓰는게 아니라,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서 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나에게)
이 제안은 흥미롭지만, 동시에 묘한 질문을 던진다.
“애초에 왜, 프롬프트를 비맥락적으로 다뤄온걸까?”
사실 인간은 원래 맥락적으로 사고한다.
우리가 질문을 할 때, 그것은 단순히 정보를 요구하는 문장이 아니라
그 질문이 어떤 상황에서, 누구에게, 어떤 목적을 가지고 나온 것인지의 맥락을 포함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LLM을 쓸 땐, 왜 그 사고 구조를 놓치게 될까?
이 글은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
🧭 왜 이러한 진단이 필요한가?
LLM에게 이상한 답변을 할 때, 문제가 ‘모델’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은 그 대부분이 프롬프트가 제대로 된 상황을 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나는 그래서, ChatGPT를 대중을 위한 제품이 아니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진지하게 표현 한다. -
이러한 진단은 단순히 결과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사고의 구조를 다시 인식하고 퀄리티를 책임지는,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는 전환을 일으킨다.
- “왜 이 답이 이상하지?”
- “그럼 내가 어떤 장면을 던졌지?”
- “이걸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전달했을까?”
이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할 때,
우리는 LLM의 사용자가 아니라
맥락을 설계하는 인지적 설계자가 된다.
🔶 L1. 프롬프트는 본래 맥락적이다
인간의 사고는 언제나 상황적이었다
“이 아이디어 어때?”, “이 문장 괜찮아?”
이런 문장은 요청의 형태를 띠지만, 본래는 대화 맥락에서만 의미가 생긴다.
우리는 언제나
- 누가 이 말을 했고
- 왜 이걸 묻는지
- 어떤 상황에서 이 판단이 필요한지를
함께 고려하며 질문을 구성해왔다.
즉, 프롬프트는 원래부터 맥락을 전제로 하는 사고 구조였다.
그런데 LLM에게 말을 걸 때는, 그 ‘상황’을 생략해버린다.
그 결과, LLM도 제대로 사고하지 못한다.
🔶 L2~3. 우리는 왜 프롬프트를 망각했는가?
프롬프트를 망각, 그러니까 오해한 이유는 프롬프트를 사용 하는 기본 전제인, “이 건 이제 ‘내가 할 일이 아니다”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본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서 한 턴에 일을 해치우는 프롬프트를 공유 한다던지, LLM을 사용하는 유즈 케이스를 보면,
많은 사람들에게
‘글을 대신 써주는 도구’, ‘귀찮은 일처리를 해주는 기계’로 받아들여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태도를 갖게 되는건 한편으로 자연 스럽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제품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용자가 쉽게 사용 할 수 있어야 하는데, LLM 서비스가 제공하는 대화형 경험은 제품의 내제적 특성상 다른 제품과 다를 수밖에 없다.)
여튼 그래서 프롬프트는
“내가 하기 싫은 걸 대신 해줘.”
라는 비인격적 요청으로 축소되기 시작했다. 대화는 매우 적극 적인 행위인데, 대화가 제품이 되면서 그 적극성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다.
결국 프롬프트는 사고의 흐름이 아니라
외주를 주는 지시문처럼 다뤄졌다.
결국, 사고 활동에 대한 주도권, 책임에 대한 회피를 만들었고, 우린 질문 대신 아웃소싱 하듯 주문을 하기 시작 했다.
그래서 우리가 집중하게 된건 어떻게 하면 LLM 과 협업(대화)를 잘하지? 가 아니라 LLM을 통해 어떻게 하면 좋은 산출물을 얻지 였다.
🔶 L2-1. 우리는 질문하지 않았다
우리는 질문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판단을 위임하고 있었다
“이 글 어때?”, “이 문장 자연스러워?”
이런 요청은 질문의 형식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판단을 위임하고 있는 구조다.
즉, 생각하는 척하면서 사고를 멈춘 상태로 LLM에 기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프롬프트는 LLM을 대화 상대로 보지 않고,
‘판단을 위임받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축소시킨다.
이런 태도는 LLM을 단순히 나를 대체하는 대체제로 만들어, 나의 성장 및 학습 기회를 빼았고, ”대화”를 대화로 생각하지 않게 만들었다.
🔶 L2-2. 프롬프트는 대화고 상황 모델이다
LLM이 우리가 입력한 프롬프트를 읽을 때, 단순히 문장을 읽는 동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상상하게 된다(더 정확하게는 그런 효과를 만든다.)
LLM이 단어를 계산하는 기계고, 그 기계의 결과는
“이 문장은 어떤 상황에서 나왔을까?” 에 대한 대답, 상황적 맥락을 반영 할 수 밖에 없다. 본디 문장의 뜻은 맥락에 의해 부여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그에 맞는 다음 반응을 예측하는 것 과 같은 효과도 만든다.
예시:
- “이 아이디어 어때?” → 추상적 반응
- “당신은 투자 심사역이야. 피칭 직후 이 아이디어를 시장성, 리스크, 차별성 기준으로 평가해줘.” → 구체적이고 전략적 평가 가능
이 구조는 Gary Klein의 RPD(Recognition-Primed Decision) 모델처럼
LLM이 선택보다 상황 인식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인간 전문가의 판단 방식과 유사하다.
💡 프롬프트는 입력값이 아니라 LLM이 상상할 수 있는 장면을 만드는 사고 설계물이다.
🔶 L2-4. 우리는 원래 이렇게 사고해왔다
이러한 GPT의 사고 방식은 인간의 인지구조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 Vygotsky: 인간은 타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달한다 (ZPD)
- Bruner: 사고는 사회적 발판 위에서 자란다 (Scaffolding)
- Gadamer: 이해란 대화 속에서 맥락적으로 형성된다
우리는 항상 맥락적 사고 구조 속에서 질문하고 판단해왔다.
GPT는 그 구조를 언어 데이터로 학습했기 때문에,
그에 맞는 프롬프트를 주었을 때 더 정확하고 의미 있게 반응한다.
🧠 핵심 전환 요약 ― 프롬프트는 사고의 복원 장치다
따라서 LLM과의 대화를 사고의 흐름을 설계하고, 일종의 시뮬레이션 과정으로 보는게 타당하다.
핵심 구성 | 설명 |
프롬프트는 | 질문문이 아니라 사고 흐름이 담긴 상황 모델이다 |
LLM은 | 명령 수행자가 아니라 상황을 상상하는 시뮬레이터이다 |
사용자는 | 요청자가 아니라 사고 흐름을 구성하는 협업자이다 |
📋 부록: 맥락이 만들어내는 차이 ― 프롬프트 비교 사례
목적 | 비맥락 프롬프트 | 맥락 프롬프트 | 차이 포인트 |
아이디어 평가 | 이 아이디어 어때? | 당신은 투자 심사역이야. 피칭 직후, 시장성/리스크/차별성 중심으로 평가해줘. | 전략적 분석 가능 |
글 스타일 개선 | 더 자연스럽게 바꿔줘. | 대학 입학 에세이야. 진정성과 개성을 강조해줘. | 문체 톤 정합성 확보 |
요약 요청 | 이 문서 요약해줘. | 회의 보고용 요약. 실행안과 리스크 중심. | 목적 지향적 요약 |
질문 생성 | 이 주제로 질문 만들어줘. | 고등학생 토론 수업용. 찬반 유도 질문 | 사고 유도형 질문 |
글쓰기 대행 | 블로그 글 써줘. | 나는 건강 코치고, 직장인 대상 스트레스 관리 팁이야. | 화자 정체성 + 청중 맞춤 |
🔚 결론: 사고의 파트너 LLM과 주체적 사고자인 나.
결국 프롬프트는 LLM과 내가 그 상황에 빠져드는 협력적 학습 구조다.
프롬프트를 단순 요청이 아니라
상황을 구성하는 지적 설계물로 바라볼 때,
우리는 LLM를 가장 인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게리 클라인 교수의 소방관의 전문성에 대한 연구를 다룬 글( https://dub.sh/6Qu6X43 )에서, 이런 표현이 나온다.
The fire chief insisted he didn’t make decisions. This was going to be a problem.
위 표현 처럼, 우리는 LLM과 대화를 통해 판단을 잘 하기 위해서는 “그저 그 문제 상황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경험” 을 먼저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린 그런 상황을 감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다음 두 사진을 비교 할 때, 알 수 있다.
무엇이 더 협력 적이고, 좋은 대화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