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드는 일”에 써온 한 사람의 시선
1. 서론: 나는 평생 무언가를 만들어왔다
나는 평생 무언가를 만들어왔다. 형태 없는 감각을 구조로 만들고,
그 구조를 사람과 시장, 기계와 세계에 연결하는 일을 해왔다.
컴퓨터과학을 통해 기계의 사고 방식을 보았고,
마케팅과 비즈니스 모델로 시스템이 시장에서 움직이는 흐름, 생존하는 구조를 보았고,
주관성과 NDM·RPD 연구를 통해
전문가의 머릿속에서 의사결정이 형성되는 과정을
정적이 아닌 흐름으로 보았다.
그래서 나는 기술을 기술로만 대하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그 밑에 있는 원형적 형식과 본질적 작동 원리,
즉 “원형·본질”을 먼저 본다.
그리고 지금, AI 시대의 변화는
표면이 아니라 원형·본질이 재배치되는 단계에서 시작되고 있다.
2. 지금 일어나는 변화의 본질: 생산성이 아니라 ‘침투’다
요즘 사람들은 AI를 말할 때
“속도가 빨라졌다”, “버그가 줄었다” 같은 진술로 멈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건 변화의 껍데기다.
지금 벌어지는 핵심은 이것이다.
머신이 인간의 결정 루프 앞단에 침투하고 있다.
실행 단계가 아니다.
‘전문가만이 다룬다고 믿어왔던’
인식–패턴 구성–시나리오 확장이라는
인지의 전방(frontline)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평생 만들어온 나로서는
이 지점이 흔들릴 때
모든 것이 흔들린다는 걸 직감한다.
3. 원형·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 그러나 담당자는 재배치된다
나는 새로운 기술을 볼 때 언제나 “원형·본질”이 무엇인지를 탐색하려고 한다. (사실 그것만 보려고 하는편이다)
그런 측면에서, RPD 모델은 전문가의 사고를 불변의 구조로 설명한다.
- 단서 인식(원형)
- 패턴 매칭(원형)
- 기대 형성(본질)
- 시뮬레이션(본질)
- 실행 선택(본질)
이건 인간이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아주 깊은 층의 구조다.
원형·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바뀌는 건 하나다:
그 원형·본질을 수행하는 Actor(주체)가 달라지고 있다.
기계가
- 의도를 읽고
- 패턴을 회수하고
- 시나리오를 전개하고
- 실행 경로를 제안하는 순간
원형·본질의 “앞단”이
기계에게 일부 위임된다.
기존 원형·본질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그 구조를 누가 실행하느냐가 바뀌는 것—
바로 재배치(Reallocation)다.
이건 도구의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구조의 재편이고, 우리는 그걸 다시금 인식(Re-Cognition) 할 필요가 있다.
4. 프로그래밍은 원래부터 인지의 확장 장치였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기술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인지 확장 장치였다.
왜냐하면 인간은 본래:
- 의도 → 행동
- 복잡성 → 이해가능성
- 변동성 → 예측가능성
이 세 간극을 메우기 위해
형식을 필요로 한다.
언어, 추상화, 타입 시스템—
이 모든 것은 인간 인지의 원형·본질을 구현한 기술적 표면이다.
모듈, 패턴, 테스트는
RPD 루프의 외부화에 불과했다.
- 단서는 입력
- 패턴은 구조
- 시뮬레이션은 테스트
- 실행은 명령
프로그래밍은 언제나
사고의 원형·본질을 코드로 번역하는 과정이었다.
이제 그 사고 과정 자체를
기계가 함께 수행하기 시작했다.
5. 머신이 앞단으로 진입한 순간: 공동 사고의 시작
LLM 초기에
사람들은 이것을 “고급 자동완성”으로 보았다.
그러나 나는 곧바로 감지했다.
이건 기계가
전문가적 사고의 원형·본질 단계에 진입한 사건이라고.
기계는:
- 말하지 않은 의도를 읽어내고
- 구조를 확장하고
- 시나리오를 생성하고
- 대안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단순 보조가 아니라
인간보다 앞에서 움직이는 인지다.
프로그래밍의 시대가 아니라,
공동 사고(co-thinking)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건 기술적 진화가 아니라
원형·본질의 역할 분배 변화다.
6. 인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 더 높은 층으로 이동한다
NDM 연구에서 전문성이란
지식량이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의 사고 품질이다.
기계가
인식/모델링/시뮬레이션 단계의
원형·본질을 수행하기 시작하면,
인간은
판단/가치/의미/맥락 같은
더 높은 본질적 층으로 이동한다.
미래 개발자의 역할은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결정 아키텍트(Decision Architect)가 된다.
기계는 가능성을 펼치고,
인간은 방향을 결정한다.
원형·본질 중
“본질의 본질”—
즉 ‘무엇을 의미 있게 만들 것인가’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7. Thought Environment: 사고가 머무는 공간이 열린다
IDE는 문법을 위해 존재하던 시대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Thought Environment—
사고를 위한 환경의 초입에 서 있다.
여기서 시스템은:
- 의도에 반응하고
- 문맥을 계속 유지하고
- 에이전트 간 작동을 조율하고
- 상태를 스스로 확장하고
- 시뮬레이션을 상시 유지한다
기계가 인간의 사고 구조에 맞춰
자기 자신을 ‘조정’하는 첫 장면이다.
이는 단순한 툴 변화가 아니다.
원형·본질의 ‘호흡 주체’가 이동하는 사건이다.
8. 프로그래밍 언어 이후(Post-Programming)의 시대
프로그래밍 언어는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전면에서 배경으로 이동할 뿐이다.
미래는 이렇게 움직인다.
- 인터페이스는 문법이 아니라 의도(본질)
- 아키텍처는 구조가 아니라 제약(본질의 경계)
- 디버깅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 시뮬레이션
- 전문성은 구현이 아니라 판단
- 협업은 절차가 아니라 인지 공유(원형의 공유)
이것은 코드가 사라지는 미래가 아니라
코드가 병목이 아닌 미래다.
인식하고
예측하고
확장하며
인간의 앞단에서 움직이고 있다.
머신이 인간의 결정 루프에 들어오면
협업은 바뀌고
직업은 바뀌고
미래는 바뀐다.
이건 종말이 아니다.
원형·본질이 인간과 기계 사이에서 재배치되는 첫 장면이다.
그리고 평생 무언가를 만들어온 나는 이 장면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우리는 이제야 비로소,
컴퓨터를 우리들의 작업안에 끌어 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 얼마나 기대되는 미래인가.
우리는 이제껏 고생하며 Human in the Loop 해왔고,
그걸 잘하려고 노력 했다면
이제는
Machine in the Loop 를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온것 같다.
Human in the loop? Nope—machine in the loop lately.
Human in the loop? Nope—machine in the loop fin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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